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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도, 이렇게 하라

스물일곱의 세상 2008.10.03 13:58 Posted by 스물다섯

너무 많이 죽는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일 터진다. 정작 죽어야 할 사람들은 안 죽고, 엉뚱한 사람만 죽는 느낌이다.

언론 보도들도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든다. 특히 연예 케이블방송, 정말 지금이라도 달려가 카메라를 던져버리고 싶다.
기본적인 취재윤리나 방식도 없이 그저 카메라를 생중계로 들이대는 수준이 참 어이가 없다.

자살사망률은 언론보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권고기준에 따르면, 유명인이 자살해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질 경우 후속자살률이 14.3배 증가한다.

매체의 경우 짧고 간단한 TV보도보다 심층적인 신문보도가 더 영향력이 크다. 특히 자살 기사가 1면에 실릴 때, ‘자살’이란 용어가 헤드라인으로 쓰일 때, 자살한 사람의 사진이 실릴 때, 자살보도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자살 방법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거나, 자살동기가 낭만적으로 보도될 수록 모방자살효과가 증가한다.

얼마 전 ‘자살’에 대해 나름 취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 권고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2004년 7월에 발표한 자료로, 구구절절 모두 맞는 이야기다.

죽은 이는 어쩔 수 없다. 미스터리는 경찰이 풀 몫이고, 언론은 이를 사실에 근거해 보도하면 된다.

블로그가 하나의 ‘여론’이 아닌 ‘언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톱스타의 자살, 블로거들부터 정확하게 알고 보도했으면 한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선택은 바로 '사는 것'이다.


<참고:자살보도 권고기준>
출처 : 한국자살예방협회

자살 보도 권고기준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며,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자살 보도는 사람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자살을 고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지만, 언론은 자살 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예민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언론인들이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아래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주실 것을 권고합니다.

1. 언론은 자살 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중요한 인물의 자살과 같은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아닌 경우에는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합니다.

2. 언론은 자살자의 이름과 사진,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자살 등과 같이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 그러한 묘사가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경우는 예외입니다.

3. 언론은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를 하거나, 자살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됩니다.

4. 언론은 자살을 영웅시 혹은 미화하거나 삶의 고통을 해결하고 방법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해서는 곤란합니다.

5. 언론이 자살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확실한 자료와 출처를 인용하며, 통계 수치는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고,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6. 언론은 자살 사건의 보도 여부, 편집, 보도 방식과 보도 내용은 유일하게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하며,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됩니다.


실천 세부내용


【1】자살은 전염된다.

○ 자살에 대한 보도는 대중의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자.
○ 자살이 유행하고 있다거나 특정 지역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등의 표현을 피한다.


【2】자살은 다수의 복합적인 원인들에 의해 발생한다.

○ 실연, 실업, 질병 등의 고통스러운 사건들 자체가 유일한 자살의 원인은 아니다.
○ 자살자의 90%이상이 사망 당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 유명인사의 자살은 일반인의 자살보다 모방을 유발하기 쉽다. 유명인사의 자살이 특별한 주목을 받더라도 그의 개인적인 매력이나 명성 때문에 정신건강상의 문제나 약물 남용 문제가 가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3】자살 보도문에서의 언어적 표현이 자살의 전염성을 높일 수 있다.

○ 헤드라인에 자살이라는 말을 쓰거나 사인이 자해라고 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 자살한 사람의 신분에 상관없이 헤드라인에 이름, 나이, 거주지를 밝히는 것은 좋지 않다.
○ ‘자살’, ‘자살하다’ 보다는 ‘자살로 사망하다’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자의 표현은 기사의 초점이 죽음에 국한되어 있거나 그 죽음을 죄악시하는 것을 암시할 수 있다.
○ ‘자살 사망’ 혹은 ‘자살 미수’란 표현이 ‘자살 성공’ 내지 ‘자살 실패’라는 표현보다 바람직하다.


【4】자살 보도문이 암시하는 태도가 자살의 전염성을 높일 수 있다.

○ 자살이 사회적이나 문화적인 변화 내지 타락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급을 삼간다.
○ 자살한 사람을 순교자로 미화하거나 자살 행위 자체를 용감하거나 아름다운 행위로 묘사할 경우, 자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자살을 실행에 옮기도록 부추길 수 있다. 그보다는 자살한 사람의 사망 사실에 대한 애도를 강조해야 한다.


【5】자살사건의 특성도 모방자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특히 유명인사일 경우 자살을 흥미위주로 다루는 것을 피해야 한다. 유명인의 경우에는 그 사람이 앓고 있었을지 모르는 정신질환 문제에 대해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특히 자살한 사람이나 자살 장면, 자살 방법에 대한 사진 등을 개제하지 말아야 한다. 1면 머리기사로 싣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 특히 자녀를 포함한 가족동반자살의 경우 희생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살해한 부모의 비정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자살을 결심한 부모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거나 왜곡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6】어떤 방법으로 자살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 연구에 의하면, 자살에 대한 미디어 보도는 자살 빈도보다는 자살 방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 특정한 절벽, 고층빌딩, 철도 같은 전통적으로 자살이 자주 발생하는 곳을 보도하면 대중의 관심을 환기․집중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를 선호하게 된다(예: 한국의 반포대교).


【7】자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함께 밝혀준다.

○ 자살에 대한 기사에는, 자살에 대한 편견과 정신적 충격으로 그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겪을 고통이 언급되어야 한다.
○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여 신체적 후유증(뇌 손상, 사지마비 등)을 입을 수 있음을 자세히 보도하면 자살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8】자살보도시 자살을 극복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

○ 자살률의 추이와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최신 치료법을 알려 준다.
○ 자살한 사람이 자살하는 대신 선택할 수 있었던 대안을 함께 알려 준다. (위기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의 전화번호와 인터넷 사이트 주소 등)
○ 치료나 상담을 받고 위기를 넘긴 사람의 사례를 보도한다.


【9】시민들이 자살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자살에 대한 편견을 소개하고 자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정보를 포함한다.
○ 통계수치는 반드시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하여 인용해야 한다.
○ 자료 출처는 정확하게 제시한다.
○ 자살 예방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거나 터부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한다.
○ 시민 자신과 가족의 정신건강을 체크하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살 징후가 무엇인지, 그런 징후를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설명한다.

출처: 동아일보 200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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