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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부대’의 상식초월 기자회견

20살, 대학교 1학년 때다. 동아리방에서 빈둥거리던 나에게 한 선배가 책 한 권을 던져줬다. “고등학교 땐 못 봤을 거야. 함 읽어봐.” 제목은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첫 문장부터 짜릿했다. “A spectre is ..

노약자석, 미덕인가 악덕인가.

노약자석, 美德인가 惡德인가. 작년 10월,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약자(弱者)”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허리환자가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자리를 빼앗기는 과정을 '처절하게' 그린 글이었다. 많은 분들이 추천과 댓글을 남겨주셨다...

간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 한 편을 보고 왔습니다.
적당히 웃기고, 여주인공의 연기도 꽤 괜찮았던, 그냥 크리스마스에 아무 걱정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보기에 딱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어김 없이 찾아오는 그 찝찝함은...
바로 '엔딩크레딧' 입니다.

영화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엔딩 크레딧도 참 다양합니다. 단순하게 출연진과 스탭들의 이름만 주욱 올라가는 영화도 있는 반면, 영화 못지 않게 많은 공을 들여서 만든 엔딩크레딧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후자의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일부 영화에서는 독특한 엔딩 크레딧으로 영화 홍보 마케팅을 하기도 합니다. 그 때마다 나오는 카피가 바로 '엔딩 크레딧이 끝나기 전까지 나가지 마세요.' 라는 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인데, 이렇게까지 광고 해야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서 어제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몇가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진은 특정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 출처 : http://smash19.egloos.com/292027)




1. '엔딩 크레딧'이란 무엇인가?

'Ending credit'이라고 쓸 수 있는데, 이게 정확한 표현인지는 영화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몇몇 정보들을 검색해 본 결과, 배우 또는 기획자 등이 자막으로 나오는 '오프닝 크레딧'과 관련된 용어로서, 영화가 끝난 후 배우, 스탭, 작가, 협찬, 등등 영화와 관련된 사람 또는 조직이 자막으로 올라오는 것을 말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영화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또한 여러가지 재미있는 장면이나, 영화 도중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또는 다음편에 관한 예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기도 합니다. 물론 그 중심은 바로 'Credit', 즉 관여한 사람들의 이름일 것입니다.

제가 이 엔딩크레딧을 보려고 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닙니다. 일일이 그들 한명의 이름을 다 볼 만큼 적극적인 매니아도 아니고, 일부 영화를 제외한 몇몇 평범한 엔딩크레딧은 어떻게 보면 지겨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OST의 잔잔한 감동과 함께 영화에 대한 호흡을 정리하며 여운을 함께 느끼는 시간은 바로 엔딩크레딧이 올라는 그 때입니다. 북적거리는 화장실 앞도, 복잡한 출구도, 길게 줄선 엘리베이터도 아닌, 바로 영화가 끝난 그 시간, 내가 앉았던 그 자리입니다. 그만큼 엔딩크레딧은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일단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시작되는 순간, 극장의 불은 켜지고,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고, 극장 안내하는 사람도 들어와 출입구를 열고, 청소하시는 분도 어느새 앞쪽부터 정리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비록 영화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완전 광적인 영화 매니아도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준인 한달 1~2편 정도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좋아하는 영화는 두번 세번 가서 보기도 하며, 솔직히 몇몇 영화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 컴퓨터로도 감상하기도 했던(물론 떳떳한 건 아니지만 아주 솔직히 말하는 것입니다), 아주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이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엔딩크레딧의 내용과 방식이 다양해져서, 영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영화는 엔딩크레딧의 또 다른 결말을 준비하기도 하고, 색다른 반전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영화를 다 보지도 못한 채 나오게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심지어 얼마전에는 기자시사회에서조차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불을 켜버리는 아주 몰상식한 극장도 있더군요. (장진 감독 쓴소리 "엔딩크레딧 나오는데 불 키다니") 정말 감독과 배우, 수많은 스탭들이 함께 있었을텐데 정말 어이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도 분명히 손해입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분명히 엔딩크레딧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제외되었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국내 개봉작 대부분은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돌비 자막 표시가 나가는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필자가 직접 시간을 재어 볼려고 몇번 시도해 보았으나, 위에서 언급한 바과 같이 극장 불 다 켜지고, 사람들은 다 나가고, 친구들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그래서 그냥 포기했지만 분명 영화 끝나는 시간이 러닝타임보다 조금 모자라는 것으로 봐서, 포함되어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원래 러닝타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영화가 끝날 경우, 관객은 극장에 환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극장들이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냥 불만 켜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레딧은 그대로 진행이 되고, 자신들은 약한 불을 켰을 뿐인데, 관객들이 스스로 나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3. 누구의 잘못인가?

일단 극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관객에게 돌립니다. 실제로 엔딩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불을 다 끄고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80% 이상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나가려고 할테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아주 그럴싸한 이유도 있습니다. '관객의 안전을 위해서', 바로 어두운 극장 내에서 한꺼번에 사람들이 나갈 경우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이유라면 극장에 불은 뭐하러 끕니까? 그냥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쭉 다 켜놓을 것이지, 앞에서 신나게 영화 CF나올 때는 입장하는 사람 위험하게 불 다 꺼버리고, 나갈 때는 안전을 논하는 말도 안되는 논리입니다. 영화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불이 켜져야 하는 경우는 극장에 화재가 발생했거나, 심각한 범죄나 사건, 또는 어린이 들이 주 관객인 영화가 '끝난' 직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때는 정말 안전이 중요하다고 할 수가 있죠.

누구의 잘못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극장에서 불을 켤 경우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가장 빠릅니다.

  (1) 영화가 끝난 후 급한 약속이 있는 사람
  (2) 화장실이 급한 사람
  (3) 전화, 문자 등을 통해 연락이 급한 사람
  (4) 지하철, 버스 막차를 놓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
  (5) 그냥 빨리 나가고 싶은 사람
  (6) 상영시간 단축을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 극장 측.

아마 제 생각엔 그 답은 뻔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관객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정당한 방법으로 상영을 하시길 바랍니다. 단 한명의 관객이 남아 있더라도, 끝까지 최적의 상영 환경을 지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관객이 다 나가버리더라도, 영화는 마지막 까지 상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의 이와시로 타로 음악감독이 한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2년여 전 '살인의 추억'의 음악을 담당했던 감독입니다. "자막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마세요." 기자들에게는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기사를 쓸 때 꼭 '자막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마세요'라고 써주세요." (영화의 끝은 'The End'가 아니라 '엔딩 크레딧'이다) 정말 천만관객 시대에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비록 모든 책임이 극장에게 있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관객의 수준이 어떠하든, 그들의 취향이 무엇이든, 기본적인 상영 환경은 극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목에서 밝힌 손해배상 청구에 관해서 말씀드립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다만 끝까지 불켜지 말아 주시고, 문 열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혹시라도 한국영화 발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신다면 영화 시작하기 전에 핸드폰 끄라는 광고와 함께 엔딩크레딧 까지 보고 나가달라는 광고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는 영화 배급사나 제작사에도 함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관객의 심리적 태도 및 행동은 극장의 환경에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관객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아주세요. 영화의 끝은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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