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학교 1학년 때다. 동아리방에서 빈둥거리던 나에게 한 선배가 책 한 권을 던져줬다. “고등학교 땐 못 봤을 거야. 함 읽어봐.” 제목은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첫 문장부터 짜릿했다. “A spectre is..
노약자석, 美德인가 惡德인가. 작년 10월,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약자(弱者)”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허리환자가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자리를 빼앗기는 과정을 '처절하게' 그린 글이었다. 많은 분들이 추천과 댓글을 남겨주셨다...
병원에 갔다.
부위는 허리, 장거리 비행 몇 번에 안 좋던 허리가 완전 '나가'버렸다. 걷기도 힘들고, 앉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누우면 편한가. 그렇지도 않다. 무조건 아팠다.
국내에서 제일 좋다는 허리병원을 찾았다. 이름있는 의사들은 몇 달이 걸릴지 몰라, 일반진료로 접수했다.
예약시간 늦지 않으려 일찍 가서 기다렸다. 힘겹게 도착한 병원, 빨리 끝내고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랄까. 자기 몸 아프면 무조건 제일 큰 병원 가서 의사와 최대한 ‘긴 시간’ 진료받고픈 게 사람의 마음이자 환자의 욕심이다.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고대했던 의사와의 ‘獨對(독대)’다. 할 말이 참 많았는데, 막상 앞에 앉으니 떠오르지 않는다.
의사가 말했다.
“너 같은 환자 오래 볼 생각 없다. 난 좀 더 심각한 환자를 만나 그를 ‘살릴’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가렴.”
물론 표정으로 말했다.
만족도 ‘0’의 진료를 마친 후 병원을 나섰다. 이상했다. 의사를 만난 후 허리가 더 아프다. 택시를 잡으려다 마침 집 앞까지 가는 버스가 온다. 헛돈 쓸 필요 있나 하는 생각에 탔다.
자리가 보이자마자 앉았다. 허리환자에게 좌석이란 ‘편안’의 도구가 아니라 ‘생존’의 본능이다. 안 그래도 난폭한 서울버스에서 손잡이에 매달려 춤추는 행위는 그야말로 자살행위다.
‘생존’을 확보한 뒤, 허리 아픈 걸 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버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내 척추도 덜컹했다. 통증이 더했다. ‘택시 탈걸.’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택시 타는 절차 자체가 더 큰 부담이다.
이런 비참한 생각을 하며 가던 중, 할아버지 한 분이 버스에 탔다. 난 아무 생각 없이 쳐다봤다. 내 앞에 와서 섰다.
힐끗 둘러보니, 버스는 만석. 그리고 여긴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겹도록 봤던 ‘노인공경’. 이럴 때 써먹으라고 교과서에 실렸으리라.
내가 앉은 자리는 ‘내리는 문’ 반대편의 싱글 좌석. 왼쪽 위로 노란 딱지가 보인다.
“노약자석”
옐로우 카드다. 하나 더 먹으면 퇴장까지 당할까. 내 앞은 몰라도 내 뒤의 사람들은 모두 내 뒤통수를 보고 있으리라. 기가 막힌 타이밍에 할아버지의 헛기침까지 더해진다.
“어험”
헛기침 뒤에 나온 말은 분명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물론 표정으로 들었다. 조금 전 봤던 재수 없는 의사의 표정과 오버랩 된다. 젊은 나이에 표정까지 읽을 수 있는 ‘讀心術(독심술)’까지 갖게 될 줄이야. 그런데 그리 기쁘지가 않다.
5분이나 지났을까. 마치 5시간은 지난 것 같다. 나의 뇌는 ‘후회’와 ‘계산’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상황 파악했으면 바로 잠자는 척 했어야지’라는 ‘후회’와 앞으로 남은 정거장과 내 통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계산’이다.
거기에 할아버지와 나의 팽팽한 기 싸움도 전개되고 있었다. 이 게임은 절대 이길 수 없다. 그에겐 버스 승객 전부라는 응원단이 있고, 난 혼자다. 홈팀 어드밴티지가 센 구장에선 해봐야 두 배로 힘들 뿐이다.
6분째 되는 순간, 나는 백기를 들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섰다. 앞으로 30분은 더 가야 하는데. 병원 자체를 오는 게 아니었다.
완승을 거둔 할아버진 얼른 자리를 꿰찼다. 역시 대한민국이 좋다는 듯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어서서 보니 내 뒤에 앉은 사람은 이미 한잠 푹 자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내가 일어서서 보니 금방 잠 깬 표정이다. 他人의 양보와 동시에 잠을 깬다. 신기하다.
그 뒤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生死의 갈림길에서 死를 택했던 기억을 길게 갖지 않으려는 뇌의 본능이리라.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났다. 꾸준한 치료로 몸은 꽤 좋아졌다. 버스에 서서도 꽤 오래간다. 당연한 거 아닌가 하겠지만, 나에겐 인간승리의 드라마다.
퇴근길에 버스를 탔다. 아무 생각 없이 서서 DMB 뉴스나 보고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이 탔다. 내 옆에 섰다. 그리고 어깨에 든 짐을 앞에 털썩 내려놓았다. 내 앞엔 한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당연히 일어서야 할 타이밍이다. 할머닌 어깨까지 두드린다.
그런데 그녀는 일어서지 않았다. 잠자는 척도 안 하고, TV보는 척도 안 했다. 그저 앞을 당당하게 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같았다.
‘버릇 없는 젊은이’
문득 1년 반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토록 답답했던 내 심정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저 나도 제3자의 자리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생각했다.
‘허리가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있겠지.’
‘다른 사정이 있을 거야.’
모든 버스 승객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면 다행이었으리라. 뒤에 앉은 건장한 남자가 일어서서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하면 마무리 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그 할머닌 아가씨 자리 옆 창문까지 열었다. ‘서 계시니 덥다’는 것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외치고 있다.
“당장 일어나서 양보해.”
물론 표정으로다. 그녀도 1년 전 나와 같이 ‘讀心術’이 생겼나 보다. 갑자기 짐을 챙겨 일어선다. 여기까지 했다면 할머니의 ‘판정승’이었다. 역시 홈팀 응원단 덕택이다.
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쉬다가 바닥에서 뭔가를 줍는다. 아가씨가 뭔가를 떨어뜨렸나 보다. 얼핏 보니 국제학생증이다. 그 할머니는 학생증의 사진과 멀리 도망간 그녀 얼굴을 몇 차례 비교한 후, 그녀를 큰 소리로 부른다.
“아가씨! 이거 떨어뜨렸어.”
할머니의 KO승이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학생증을 챙겨 자리를 떴다.
노약자석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老弱者(노약자)란 老人과 더불어 弱者도 포함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노인 앞에 앉아있는 한 젊은이가 보인다면, 그저 속으로 욕할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 있게 일어서자. 그러면 노인과 약자를 모두 구한 건장한 청년이 되리라.
출처 : 미디어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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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노약자석 자리 양보
2007/10/31 21:50
별 관련은 없는 내용이지만... →출처포스팅 양보는 개나 주라 그래!버스나 지하철같은 대중 교통 이용할 때, 난 절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왜냐면 아예 노약자 지정석에 앉질 않거든. 다리가 뿐질러지는 한이 있더라도.뭐 이런 씹딱구리같은 쉑히가 있나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은애초에 노약자 지정석 따위가 있는게 이상한거다.예의범절이니 공경이니 말하기 이전에 딱 갈라놓고 노약자 지정석입니다 말을하는꼬라지가 우습다. 아니 그냥 꼬습다.그래서 부리는 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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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노약자석은 누가 앉는 자리인가?
2008/03/31 21:54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자리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서서 가기보다는 앉아서 가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자리에 앉아서 가려는 경쟁은 무척 치열합니다. 빈자리가 생기면 무언의 눈치싸움이 있게 마련이죠. 일반적으로 노인, 장애인, 임산부 등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경쟁에서 밀려나기 쉽기 때문에 노약자석을 만들어 두었다죠.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선 노약자석에는 노인분들만 앉는 것으로 인식이 되어 있습니다. 그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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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시켜 알바 2007/10/31 15:11
허리 다치시고 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좋은 면만 보고 생각하면 서로 양보하고 서로 좋게 생각할텐데 나쁜 면만 부각해서 생각하니 계속 안좋게만 보이나 봅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설문 자료를 보면서 왜 하나도 공감할 수가 없는 걸까요...
전철을 거의 타지 않지만 여학생이 자리 양보하는 것을 본적이 한 2~3년간 한번도 없네요...
(저도 어쩔 수 없이 나쁜 것만 보이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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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테러 2007/10/31 17:51
공감합니다.. :) 고생하셨네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최근에 새로 나온 버스 설계 있죠!? 노약자 편의를 위해서 바닥도 내리 깔고..한 그 버스..
그 버스 정말 불편합니다.. -
타셋리프 2007/10/31 18:44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 ^ 예전에 동국이처럼 아파서 수술하고 몇달 목발짚다가 시간 지나고 그냥 보조기만 차고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그래도 서서 가면 꽤나 통증이 있었는데.. 자리에 앉아있을 때는 양보와 편함 그 중간선에서 무진장 고민했었더랬죠 ㅋㅋ 허허..그땐 약자였는데 말이죠 ^-^;;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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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2007/10/31 19:10
남들 모르는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성범죄자들의 은팔찌 비슷한 거라도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
그땐 정말 심각하게 힘들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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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2007/11/01 08:43
아직 스킨 공개하는 방법을 몰라 고민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요청하시니 최대한 빨리 오픈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킨 원본은 vilidian.com 에 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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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ay's 2007/11/01 06:21
요즘 지하철을 타다 보면 등산이나 야유회를 갔다오시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심심찮게 볼수 있습니다.
하루는 퇴근길 전철에서 등산복차림의 60대 아저씨 한 분이 일반좌석에서 아가씨에게 자리양보 받는것을 무심코 지켜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왜 양보를 하는 것일까..?"
마침 자리를 양보한 젊은 여성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저와같은 처지?의 퇴근길 승객으로 보였습니다.
자의에 의한 양보인지 남들시선이 신경쓰인 타의에 의한 양보인지는 본인 만이 알겠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전철안에서 저는 양보대상을 노려보고 정합니다 ㅎㅎ;
첫째, 등산객은 절대 양보 안합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산을 오를 정도의 체력을 가진분께 굳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리를 양보해야 될까요 ..?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저도 피곤한데 말이죠,,
둘째,쇼핑다녀오신 분들께도 양보 안합니다
대체적으로 아주머니 2~3분 정도가 웃음꽃을 피우며 양손에 쇼핑백을 지니고 타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저는 양보 안합니다.
쇼핑할 체력이 있는 분들인데 전철안이라고 서있기 힘들어 보이진 않거든요.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구부정한 자세로 노약좌석 앞에 서있어도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 아줌마들이나 힘들다고 떡하니 등산가방 무릎에 올려놓고 있는 아저씨나..
이런 저런 광경들을 보게되니 이제는 남들이 뭐라하건 위 두가지 유형의 분들께는 절대 양보안합니다.
아무튼 저와 같은 심정의'네이빠'님의 말이 참 공감이 가네요 ~-
스물다섯 2007/11/01 08:45
mepay's님 또 오셨네요 : )
등산객 분들은 나름대로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있으니
한번 더 고려해 보심이.. ^^;
저도 허리 때문에 등산하거든요. 갔다 오면 앉고 싶은 생각 뿐이랍니다. : )
그보다 좀 피곤하시더라도 '건강'하신 분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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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ism 2007/11/01 15:36
아... 좋은 글이기도 하지만, 무척 재미있게도 읽었습니다. ^ ---^)
전 다행히[!!] 건강한 편이라 주로 양보하는 편인데, 가끔 스물다섯님처럼 정말 아프신 분이라던지, 표안나시는 임산부들의 경우는 참 난감하시긴 하시겠더라고요.
다음 부터 저런 상황을 보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제가 양보를 해드려야 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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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ice 2007/11/02 01:16
이런 경우보다 더 싫은건 아줌마들입니다. 자리가 여의치 않아 서있게 되면 서있기 좋은 위치를 차지하겠다고 무작정 들이밀고 밀어붙이더군요; 한번 밀려보고나서 그 다음부턴 일부로 힘주어 버팁니다; 그럼 얼굴을 슥 보더군요; 저도 그럼 같이 노려봅니다. 그럼 헛기침하고 딴데보거나 다른 서있기 좋은 위치를 뺏으러 가더군요;후; 왜들 그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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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º 2007/11/16 22:51
여자들이 한달에 한번 겪는 극심한 통증으로 고3때 점심도 지나지 않았을 때 버스를 타고 반쯤 울며 가는 저에게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며 화내시는 할머니가 기억이 나네요. 다리아프시다면서 엄청 머라고 하셨는데, 결국 반쯤 울면서 서서 갔습니다. 그덕에 전 그날 허리와 배가 끊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다리가 아프시면 힐을 신지 않는게 좋으시다구요 할머니! 라고 정말 입에서 맴돌더군요..T^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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