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학교 1학년 때다. 동아리방에서 빈둥거리던 나에게 한 선배가 책 한 권을 던져줬다. “고등학교 땐 못 봤을 거야. 함 읽어봐.” 제목은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첫 문장부터 짜릿했다. “A spectre is..
노약자석, 美德인가 惡德인가. 작년 10월,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약자(弱者)”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허리환자가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자리를 빼앗기는 과정을 '처절하게' 그린 글이었다. 많은 분들이 추천과 댓글을 남겨주셨다...
결코 낯설지 않은 미수다 대선
고용, 성장, 복지, 포퓰리즘, 선심성 공약... 빠진 게 없는 '미수다 대선'
잠이 안 왔다. TV를 켜니 예전에 종종 보던 ‘미녀들’이 등장한다. 대선 이틀 앞둔 뒤숭숭한 마음에 한 번 봤다.
‘간만에 보니 많이 바뀌었군.’
꽤 안 보긴 했나 보다. 그 유명하다는 자밀라도 어제 처음 봤다.
우즈벡으로 고무장갑 수출하겠다, 성형수술 시켜주겠다… 독특한 공약들이 나오는 가운데, MC 남희석의 제안으로 ‘모의 대선’이 시작된다.
후보는 세명. 일본의 사유리, 남아공의 브로닌, 캐나다의 도미니크였다. 이런 저런 공약을 발표하는데, 처음엔 그러려니 하면서 지켜봤다.
출처 : 마이데일리 / KBS 캡쳐
그런데 점점 재미있어진다. 의견이 갈리는 게 꼭 현실 정치와 비슷한 모양.
우선 도미니크의 공약을 보자.
1. 새 멤버를 받지 않겠다. (고용안정)
2. 노조를 만들겠다. (노동권보장)
3. 아침과 점심을 제공하겠다. 점심은 뷔페다. (생존권보장)
4. 녹화 끝나면 벤으로 귀가시켜주겠다. (복지개선)
5. 매주 미녀 각자의 나라에서 해외 촬영하겠다. (인기영합 공약)
얼토당토않지만 있을 껀 다 있다.
출처 : 마이데일리 / KBS 캡쳐
그럼 브로닌의 공약을 보자.
1. 남아공에서 학생 회장 했다. (능력과 경력강조)
2. 새 멤버는 필요하다. 같은 사람만 하면 재미없다. (성장중심)
3. 불편한 의자를 쇼파로 바꾸겠다. (노동환경개선)
4. 간식으로 카푸치노를 주겠다. (실용복지)
5. 장동건을 만나게 해주겠다. (인기영합 공약)
뭔가 어설프게 얼추 들어맞다. 풍기는 이미지도 비슷하다. 한쪽은 말을 잘하고 다른 한쪽은 어눌하다. 서로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상대방의 공약을 비난한다. BBK 비슷한 의혹만 붙으면 제대론데, 아쉽다.
비교적 ‘군소’후보인 사유리의 공약도 재미 있다.
1. 남자친구 생기면 쫓아낸다. (...)
2. 나보다 먼저 결혼하면 벌금 내야 한다. (...)
3. 내 전화번호를 주겠다. (...)
4. 도미니크 공약 마음에 든다. (...)
어이 없는 공약이다. 횡설수설 하는 게 몇몇 후보들의 공약을 떠오르게 한다. 공약의 성격은 도저히 알 수 없지만, 기억에는 쉽게 남는다.
미수다 대선의 결과는 도미니크의 승리로 끝났다. 1표차의 박빙 승부였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로 볼땐 현실과 꽤 차이 나는 결과다. 그래도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출처 : 마이데일리 / KBS 캡쳐
끝난 후 남희석의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처음부터 도미니크를 지지 했었다. 대선 끝나면 줄 잘 서야 한다.”
현실 정치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내일 저녁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난 처음부터 ●●●을(를) 지지했었다”라고 할지 궁금하다.
당선 소감도 흥미롭다.
“다음주에 일본에서 촬영하겠다”며 큰소리를 친 후 “여기 세트 조금만 바꾸면 일본 같다”고 해 公約이 空約 되는 '완벽한 현실정치'를 구현해냈다. 그녀가 존경스러울 정도다.
정신 없는 판타지 대선 정국… 이런저런 별 잡생각이 다 드는 하루다.
누구는 지방까지 간다고 하고, 누구는 왕복 몇 시간 가서 투표한다고 하는데,
정말 뽑고 싶은 사람도 없을 뿐더러, 전입신고.부재자신고가 늦어 멀리 가지도 못 한다.
안타깝지만 소중한 한 표 포기하련다. 그래도 뭔가 후련한 이 기분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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