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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2 집으로 가는 길 (1)
‘유모차부대’의 상식초월 기자회견

20살, 대학교 1학년 때다. 동아리방에서 빈둥거리던 나에게 한 선배가 책 한 권을 던져줬다. “고등학교 땐 못 봤을 거야. 함 읽어봐.” 제목은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첫 문장부터 짜릿했다. “A spectre 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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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 美德인가 惡德인가. 작년 10월,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약자(弱者)”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허리환자가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자리를 빼앗기는 과정을 '처절하게' 그린 글이었다. 많은 분들이 추천과 댓글을 남겨주셨다...

집으로 가는 길

스물여덟의 책읽기 2007.11.02 10:04 Posted by 스물다섯

"그건 네 잘못이 아냐"


불이 꺼졌다.

적막이 흐른다. 옆에 누운 이의 숨소리까지 들린다.

‘첫날밤.’

설레기만 할 줄 알았던 ‘그 밤’이 이렇게 두렵고 막막할 줄이야. 옆에 누운 녀석이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한다. 슬퍼서 흐느끼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 외치는 소리다.

안 보여도 뻔히 보이고 안 들려도 뻔히 들린다. 그의 눈물을. 그리고 그의 울음소리를. 나도 이렇게 눈물이 글썽이는데.

온갖 생각이 다 든다. 떠나온 고향과 부모님. 그리고 조금 전 낮에 나를 ‘축하’해준 친구들. 한숨이 나온다. 자유의 몸이었던 어제로 돌아가고픈 마음뿐이다.

흐느낌도 전염되나 보다. 좀더 ‘악성’으로. 한숨과 짜증까지 더해진 흐느낌이 나를 거쳐 모든 이에게 전염됐다.


그 때 들려오는 한 녀석의 목소리.

“사내 자식들이 울기는. 까짓 거 이제 790밤만 더 자면 돼!”

그 유명한 ‘790일 발언’. 그렇다. 그냥 첫날밤이 아니라 ‘논산에서의 첫날밤’이다.

벌써 6년 전의 일이지만 어제처럼 생생하다. 나뿐 아니라 모든 ‘예비역’들의 심정이리라. 그만큼 ‘군대’라는 환경은 ‘젊은 남자’를 억누른다.

‘젊은 남자’에게도 악몽인데, ‘어린 남자’라면 어떨까?

그것도 12살 어린이. 한국 나이로 바꿔도 불과 초등학교 6학년. 연필 대신 총을 들고, 칠판 대신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보고 있다면….

밤새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저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니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앉아 있기만 했다. 나는 그날 밤 처음으로 편두통에 시달리지 않고 밤을 새웠다. 왜 그럴까 이유를 따져보고 있는데, 수탉이 울기 시작했다. 밖은 아직 컴컴했다. 정신 빠진 수탉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밤새도록 울었다.

한 소년병의 '첫날밤'. 정신 빠진 수탉이 아니라 정신 나간 세상이 그들을 향해 밤새도록 울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그때, 나는 겨우 열두 살이었다”

이스마엘 베아의 「집으로 가는 길」은 ‘소년병’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병’, 현대 문명의 최대 아이러니를 품은 단어다.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간 군인이기 전에 그들은 세상의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이스마엘은 랩 음악과 힙합 댄스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이웃 마을의 장기자랑에 나가기 위해 집을 나선 뒤로 곧장 전쟁터로 끌려가게 된다.

명분도 영문도 모르는 ‘어른들의 전쟁’이 그의 부모와 형제를 빼앗았고, 그는 결국 ‘소년병’이 된다.

이스마엘과 그의 친구들은 세상의 따뜻한 애정과 공감을 배워야 할 시기에 피비린내 진동하는 광기의 현장으로 밀려온 것이다.

이제 시체들이 두렵지 않았다. 나는 경멸하는 마음으로 시체들을 발로 차서 뒤집었다. G3와 탄약, 권총을 찾았다. (…) 일과가 점점 군인처럼 변해가면서 나의 편두통도 차츰 가라앉았다. 낮에는 마을 공터에서 축구를 하는 대신 마리화나를 피우고 화약과 코카인을 섞은 ‘브라운-브라운’을 흡입하면서 초소를 지켰다.

책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 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쉬웠다”고 고백하는 전 세계 30만 소년병들의 이야기다. 어느새 이십대 청년이 된 저자의 실제 경험은 그의 이야기를 더욱 힘있게 한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영화배우 안성기씨는 “소년병들이 전쟁터에서 저지른 행동을 우리가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 자동소총을 쥐어준 이는 바로 우리 어른이다”라며 “여전히 총을 들고 전쟁터를 뛰어다니는 소년병들을 위해 그들의 아픔을 알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호소했다.

뉴욕타임스의 논픽션 부분 34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07년 全美 스타벅스 독서캠페인 도서로 선정됐다.



집으로 가는 길 - 10점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북스코프(아카넷)



관련기사 :
2만원에 군대로 팔려가는 미얀마 소년들 - 조선일보 2007.11.01

집으로 가는 길